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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006년의 마지막날, 집에서 빈둥거리기 싫어하는 와이프의 선택으로 루나틱(LUNATIC)이라는 뮤지컬을 보았습니다.
1. 실제로 봤을때 정말 크다... 라는 느낌을 준 코메디언 출신의 백재현이 연출하고, 출연진에 김숙 같은 다른 코메디언의 모습도 보이고, 또 포스터, 신문기사 등에서 정신병자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흥겨운 느낌의 뮤지컬이라는 기사도 보이고 해서 처음에는 마냥 발랄한 느낌의 희극성 뮤지컬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2. 공연/뮤지컬 등을 많이 보고 즐기는 편이 아니라 뭐라 평할 능력은 없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를 즐기고, 내용에 푹 빠져들 수 있었으니 잘 만든 뮤지컬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봅니다.
3. 공연을 보고나서 마냥 웃기는 뮤지컬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구석구석 관객을 웃게 만드는 요인 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에서 다루는 내용이 가볍게 웃어넘기기만 할 내용은 아니었고, 영화나 공연을 볼때 쉽게 감정몰입하는 성격때문인지 몰라도, 무겁고 약간은 슬픈 내용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흥겹고 발랄한 분위기로 전환되는 중간중간의 부분에서는 뮤지컬의 흐름에 제 감정의 흐름이 따라가지 못해, 웃고 즐겨야 할 부분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듯 한 기분이 있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4. 하지만, 마지막에 모든 관객들을 일으켜 세워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출수 있는 부분이 흥겹고 즐거웠고, 공연 시작할 때 배우들이 관객석 구석구석을 누비며 관객들과 함께 악수하고 사진찍고 하며 공연 시작시 호흡을 함께 가져가는 모습도 참 즐거웠습니다.
5. 그리고 뮤지컬, 연극을 볼때면 언제나 느낄수 있는 배우들의 강한 FORCE......
6. 공연 끝나고 마지막에 연출자인 백재현씨가 무대에 올라와 관객에게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공연을 기획하고 3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이야기해 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모두가 안될거라고 이야기할때 열정 하나만으로 창작뮤지컬을 만들고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공연해 오면서 작은 성공을 이뤄가는 모습이 참 멋있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힘들어도 행복하겠지...... 라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뭔지 찾지 못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되고......
7. 백재현씨가 하던 이야기 중에 하나 기억에 남는게 있습니다.(와이프는 욕을 좀 한다고 싫어 했지만)
공연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던 중 이혼도 당하고, 집도날리고 작은 전세?에서 살아갈때, 자금 부족으로 그 작은 집 마져도 은행에서 차압을 당한적이 있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고, 더 이상 희망도 없다고 느껴 술에 잔뜩 취해서 전유성씨에게 전화를 걸었답니다.
백재현 : '(울면서)형~ 나 집까지 차압당했어...... 이제 어떻게......'
전유성 : '웃어~ 이 븅신아~' -_-;;;
백재현 : '(계속 울면서) 이상황에 어떻게 웃어......'
전유성 : '그냥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그럼 좆내(죄송... 있는 그대로 옮긴겁니다) 웃긴거야~' -_-;;;
통화하고 나서 백재현씨는 그냥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웃었답니다. 그리고 힘을 내서 지금까지 한편의 뮤지컬을 끌고 왔고, 새로운 뮤지컬 페이스오프(루나틱 2편 이랍니다)까지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8. 백재현씨가 고민한 것이 단순히 위에서 처럼 남의 일이려니 하고 웃고 지나간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살면서 너무 힘들고 견딜 수 없는 일이 있을때 한번 미친척 웃고 버텨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9. 새해에는 좀 힘든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버텨보는 자세를 가져보렵니다.
10. 정작 뮤지컬에 대해서는 아직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말에 좋은 기억을 하나 만든 것 같은 기분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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